청소년
청소년 문학은 무엇일까? 청소년에만 국한된 아름다운 이야기 아니면 그들에게 올바른 길을 안내한다는 미명 아래 훈계로 가득한 이야기 일까? 결론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라는 동화의 업그레이드 버전일까? 이 또한 아니라면, 청소년에게는 사뭇 진지하지만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이야기일까?
<위저드 베이커리>는 그저 청소년만의 문학이라는 생각을 박살내 버린 책이다.
어린이들은 신체적 성장 중에 인지 능력도 함께 성장한다. 성장 초기에는 동화와 현실을 혼동한다. 아기 상어가 어디에 살고 있다고 믿으며, 뽀로로를 찾기도 한다. 성장이 완숙해지면 우리는 동화와 현실을 분리하고 어른이라는 티켓을 끊어 현실의 문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걸어 들어간 곳. 현실은 팍팍하다. 먹고사니즘 때문에 전쟁같은 긴장감을 견디며 살아간다. 어른이라는 티켓 뒷면에 아주 작은 글씨가 적혀있는 듯하다.
"선택에 책임 지십시오", "문제를 극복하십시오", "어른답게 행동하십시오", "낙오하는 사람은 패배자입니다"와 같은 무시무시한 말들이 나를 옥죄어 온다.
힘든 상황에서 성장 전의 우리가 구분치 못했던, 현실에 있는 것으로 착각한 세계가 그리워진다. 현실을 잠시 접어두고 신비로운 일이 펼쳐지는 그곳이 현실처럼 다가오길 바란다.
<위저드 베이커리>가 나를 그곳으로 안내했다. 책을 펼치면 딸랑 하며 풍경소리가 들린다. 가게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는 고소한 빵 냄새가 가득하다. 계산대에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기는 종업원. 제빵실 안에서 심뜨렁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제빵사. 시선을 느끼며 빵이 놓인 평대로 다가가니 "악마의 시나몬 쿠기", "체인 월넛 프레첼", "마지팬 부두 인형"이라는 처음 보는 빵들이 있다. 그러면서 나는 그 이야기에 푹 빠져 버렸다.
현실을 잊고 그들의 세계에 들어선 것이다. 청소년 문학이니 판타지니 동화니라는 경계는 없어지고 베이커리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현실에서 잊고 있던 그리고 현실을 잊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 이야기는 우리르 새로운 곳으로 보내며,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이야기를 보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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