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감히 공감이라는 말을 꺼낼 수도 없는 자리가 있다. 아주 가까운 이의 죽음을 황망히 겪은 이들과의 만남이 바로 그러할 것이다. 그들이 받았을 충격과 현재까지 견뎌내는 모든 일에 감히 공감한다는 말은 너무나도 가볍게 느껴진다. 우리가 어찌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다시 오나, 봄>은 제주 4·3 사건을 알고 공부한 대학생 몇과 고등학생 몇이 써내려간 시와, 그림과 편지다. 그들은 몰랐던 사실을 알고 미약하게나마 그날의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또렷이 기억하길 다짐한다. 또 다른 그들이 생기지 않기 위해. 그 일을 다 공감한다는 말을 할 순 없으나 기억하겠노라 더 알리겠노라 다짐한다.
책에 참여한 모든 학생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저도 잘 알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알아보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말이다. 감히 공감한다는 말을 못 하겠지만 모든 피해자에게 말하고 싶다. "나 또한 기억하겠노라고, 기억하는 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만들겠노라고." 그대도 기억해주길 부탁드린다. 그날의 제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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