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고등학교 때 운 좋게 금강산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국사-지금은 한국사인-시간 이었던 것 같다. 통일부에서 출제한 문제를 풀어 당첨된 이에게 금강산 관광을 보내주는 이벤트였다. 각 반마다 대표로 한 두 명이 나와서 풀었던 기억이다. 그때 이과였지만 한국사에 관심이 많아 적극적으로 나섰던 모양이다. 문제를 풀어 제출한 기억이 희미할 때쯤 나와 옆반 친구가 교무실로 호출되었다. 서류 하나를 내 보이더니 선생님이 "좋겠다"라며, 금강산 관광을 가게 되었으니, 준비하라고 했다.
오래전 일이기도 하고, 당시에 일기도, 조각글도 없어 흐릿한 기억뿐이다. 다만 선명히 기억나는 건 두 가지 정도. 하나는 높은 곳에 있던 멋진 돌에 새겨진 흉측했던 붉은색 글과 좋은 식당에서 먹은 식사 정도였다. 아는 게 없어 기억에 남은 것도 없고, 기록조차 없으니 쉽게 휘발돼 없어져버린 것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5: 다시 금강을 예찬하다>는 흐릿한 내 기억을 조금이라도 복원했고, 안다는 힘을 가지게 했으며, 앞으로의 기대를 만들었다. '금강산' 중국의 누군가는 꼭 가고 싶다고 했고, 조선시대의 유력한 인물들이 다녀갔던 그곳. 책은 그곳에도 곳곳의 우리의 문화유산이 이야기를 가득 품고 있음을 소개한다.
언제 다시 방문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날이 오게 된다면, 고등학생 때의 무지함이 아니라 강한 아는 힘을 가지고 체험하고 싶다. 그리고 그때의 감상들을 착실히 기록하며 말이다. 그대도 힘을 가지고 기다려 보자. 금강산 갈 날을 기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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